
많은 사람이 명상을 시작하며 '생각을 비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김주환 교수는 명상의 본질이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훈련임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명상을 '고통스러운 수행'이 아닌 '편안한 휴식'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명상은 알아차림 훈련입니다
명상을 제대로 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명상 후 마음이 편안해졌는가, 기분이 좋아졌는가입니다. 명상 중에나 명상 후에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올라오고 힘들다면, 그것은 명상이 아닌 다른 것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명상의 목적은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호흡 명상을 할 때 많은 분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자꾸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려 했는데 갑자기 밖에서 소리가 들려 주의가 분산되고 딴생각이 났다면, 그 순간 '아, 내가 호흡을 놓쳤구나'를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가져오는 것, 그 자체가 명상입니다. 명상 숙련자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만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계속 다른 생각이 났음을 알아차리고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오는 반복 훈련, 그것이 명상의 핵심입니다.
명상은 being 상태, 즉 '있음'의 상태입니다. doing 모드에서는 '이것 해야지, 저것 해야지'라며 끊임없이 행위를 하려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편도체가 자꾸 활성화되어 불행해집니다. 반면 알아차림의 상태는 mpfc(내측 전전두피질)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며, 이것이 바로 마음 근력의 핵심입니다. 명상은 특별한 자세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에 적용할 수 있는 알아차림의 기술입니다.
호흡 알아차리기와 심박변이도의 과학
호흡이 명상의 주요 대상이 되는 이유는 호흡의 독특한 이중성 때문입니다. 호흡은 자율신경계에 의해 저절로 일어나지만, 동시에 우리가 의도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심장이나 내장은 자율신경계에만 의존해 우리가 의도적으로 멈추거나 조절할 수 없지만, 호흡은 '잠시 멈추자', '들이마시자', '내쉬자'가 가능합니다. 이런 이중적 특성 덕분에 호흡은 doing과 being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명상 대상이 됩니다.
호흡 명상에서 중요한 것은 호흡에 개입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단전 호흡이나 복식 호흡, 우자이 호흡 같은 요가 호흡법은 doing으로서의 호흡입니다. 하지만 아나빠나사띠(들숨 날숨 알아차림)는 호흡을 의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 저절로 일어나는 호흡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삶의 중요한 부분에 개입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서 알아차리기만 하는 훈련입니다. 행위를 하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서 doing 모드에서 being 모드가 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호흡 명상입니다.
심장 박동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과학적 사실이 있습니다. 불안감을 유발하는 심장 박동은 단순히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변하는 것입니다. '두근두근 두근 두근두근'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뛸 때 불안이 생깁니다. 반면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심박수가 올라가지만 굉장히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심박변이도를 보입니다. 존 트레이닝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 VO2 max(최대 산소 섭취량)가 늘어나면서 평소 심박수가 낮아지고, 심장이 느리고 규칙적으로 뛰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불안감이 대폭 줄어들고 성격까지 좋아집니다. 그래서 존 트레이닝은 움직임 명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은 특별한 경지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깨달음을 어떤 신비로운 경지나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깨달음은 알아차림을 통해 얻게 되는 평범한 순간의 자각입니다. 진정한 나는 에고나 기억 자아(일화 기억의 집적으로서의 개별자)가 아니라, 그것을 알아차리는 배경자입니다. '내가 종을 친다'는 생각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종을 치면서 '내가 종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리는 존재가 뒤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이며 배경자에 대한 알아차림입니다.
깨달음에는 단계나 경지가 없습니다. 검도 초단보다 2단이 더 잘하고, 4단이 되기 정말 어려운 것처럼, 명상도 오래 할수록 더 높은 경지에 이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명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명상은 무엇을 하는 것도, 특별한 테크닉도, 특별한 경지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몸의 불편함을 참고 이겨내서 특별한 경지로 올라가려는 것은 행위의 영역입니다. 알아차림의 영역은 그냥 순간 '어, 이거네' 하고 아는 것으로 끝입니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이야기가 이것을 잘 보여줍니다. 6년간의 극한 고행으로는 깨달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며 앙상하게 남은 그런 수행은 제대로 된 수행이 아니었습니다. 수자타가 준 우유를 받아먹고 기운을 차린 후, 편안하게 보리수 나무 아래 앉아서 편안하게 호흡 알아차리기(아나빠나사띠)만 해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명상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명상은 내심 훈련이 아닙니다. 편안함과 기분 좋음을 위한 것입니다.
명상 중 몸에 불편함이 있다면 무반응으로 견딜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명상이 아닙니다. 명상은 편하려고, 기분 좋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명상을 수행으로 생각하며 '힘들어야 한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명상은 편안한 휴식을 위한 것입니다. 명상을 하는데 늘 졸리고 피곤하다면 그것은 현재 수면 부족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제대로 된 명상이 불가능합니다. 이럴 때는 명상보다 잠을 자는 것이 우선입니다. 잠을 줄여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백해무익합니다.
김주환 교수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명상은 잡념을 없애는 싸움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알아차리는 평범하고도 강력한 훈련입니다. 명상 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성공한 것이며,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깨달음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아, 내가 이것을 하고 있구나'를 아는 순간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상태에 머무르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명상에 대한 가장 큰 오해를 풀어주는 통찰입니다.
[출처]
내용 구성 과정에서 유튜브 '김주환의 내면소통'의 '깨달음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얻을 수 있나' 편을 참고하였으며, 필자만의 시각으로 내용을 보완하였습니다.